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지인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다. KOICA 활동을 하면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주제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제3세계 생산자와 공정한 거래를 약속합니다"라는 공정 무역 재단의 슬로건을 보고서는 의문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가난해지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의 제목이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저자는 공정 무역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면서 공정 무역이 이루어지는데도 왜 여전히 제3세계의 생산자들은 가난한 것인가에 대해서 실상을 직접 살피게 된다. 니카라과, 영국, 중국, 라오스, 콩고 등을 다니면서 다양한 산업의 다양한 생산자 혹은 공정 무역의 대변인 등을 만나면서 공정 무역의 실체를 인터뷰와 실상을 통해 공개한다.

 책의 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공정 무역"은"마케팅"이다라는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소비자 (특히 선진국의) 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자신들의 도덕성을 강조한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은 도덕적인 (겉으로는) 대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면서 자신의 소비가 생산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소비를 기꺼워한다. 이제는 물건을 넘어 소비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를 끌여들이기 위해 대기업은 도덕적이라는 간판을 달기를 원하고 이러한 간판을 꾸며줄 여러 인증을 받는다. 물론 그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공정 무역 재단이다.

 공정 무역 재단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 무역 인증이 현재의 산업 구조 상에서 소비자들의 소비가 진정 생산자들과의 공정한 거래를 약속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분명 공정 무역 재단의 취지는 선한 의도를 가졌고 그에 맞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봐서는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 적지 않다. 한 때 한국에서도 공정 무역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여러 제품(커피가 대표적이다)이 나왔었는데 소비의 유행으로 끝난 느낌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실태와 생산자들이 이러한 마케팅으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내가 볼 때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 공정 무역 인증을 위해 들인 돈이 생산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공정 무역을 표방하며 인상된 제품의 가격은 대기업과 유통 과정 그리고 비리(대표적으로 생산 조합의)로 인해 생산자에게 이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나도 KOICA 활동을 하면서 많이 생각을 했었고 이런 점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직접 이어지는 유통구조와 조합이 아닌 생산자와의 일대일 계약을 통해 제품의 구입, 판매, 이득 분배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훌륭한 예시를 몇가지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예가 에시컬 어딕션이다. 이 회사는 공정 무역 인증 없이도 생산자와 직접 거래를 하며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도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득을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도 그러한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http://www.eacoffee.co.uk/ 홈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 상에서도 공정 무역 인증은 찾아볼 수 없고 브라질과 탄자니아의 각 생산자와 직접적인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희망적인 기업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 않다. 여전히 대기업들은 공정 무역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마케팅 너머의 생산자들의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한 가운데 "공정한 거래를 위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기만에 의한 믿음에 가깝다. 

 책을 다 읽고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무력함을 느꼈다. 실질적으로 내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현재 행할 수 있는 것은 진짜 생산자와 공정한 거래를 위해 힘쓰는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다인 상황이다. 조금씩 준비를 하면서 배우고 내가 가진 것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언젠가 직접 필드에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일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는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없을지 확신조차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현재의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P.S. 공정 무역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읽으면서 마음에 쿵하고 내려앉아 나를 부끄럽게 만든 글이 있어 남긴다.

나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다른 방향으로 설득시키려 애쓰며 자화자찬하는 표지판을 모조리 뜯어 버리고 싶었다.(본문 183쪽)

 저자는 콩고에서 수많은 버려진 비정부 기구들의 프로젝트를 기념한 표지판들을 보며 이렇게 일갈한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도 똑같았다. 내가 한 일들도 이렇게 되었구나"라고 말이다. 부끄럽다.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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